기축통화
기축통화란 여러 국가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국제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를 지칭한다. 구체적으로는 ① 국제무역결제에 사용되는 통화 ② 환율 평가 시의 지표가 되는 통화 ③ 대외준비자산으로 보유되는 통화 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어떤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원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유동성이 풍부하여야 하고, 거래당사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신뢰성을 갖추어야 하며, 국제적으로 경제력은 물론 정치력·군사력까지 인정받는 국가의 통화여야 한다. 20세기 초반까지는 세계 금융경제의 중심이었던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 국제거래에 주로 이용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 세계 외환거래 및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현재 국제거래에서 비교적 자주 사용되는 통화로는 미국 달러화 이외에도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이 있는데 이들을 흔히 교환성 통화라 한다.
쉽게 이해하기
기축통화는 세계 여러 나라가 국제 거래에서 공통으로 쓰는 중심 통화로, 지금은 미국 달러화가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나라끼리 물건을 사고팔고, 환율을 따지고, 비상금을 쌓을 때 모두 이 통화가 기준이 됩니다.
기축통화는 법으로 정해 주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실제로 쓰면서 굳어진 자리입니다. 많이 쓰일수록 바꾸기 쉽고 거래 비용이 낮아지니 더 많이 쓰이는 쏠림이 생깁니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브라질에 수출해도 대금은 흔히 달러로 받고, 각국 중앙은행은 위기 때 꺼내 쓸 외환보유액을 주로 달러로 쌓아 둡니다. 무역 대금, 환율의 잣대, 비상금이라는 세 역할이 서로를 떠받치는 셈입니다.
이런 자리에 오르려면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언제든 큰 금액을 쉽게 사고팔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이 돌아야 하고, 가치가 갑자기 무너지거나 송금이 막힐 걱정이 없어야 합니다. 그 믿음은 결국 발행국의 경제 규모와 정치·군사적 힘에서 나옵니다.
그 자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20세기 초까지는 영국 파운드화가 중심이었다가 2차 세계대전 뒤 달러로 넘어갔습니다. 유로화, 엔화처럼 다른 통화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국제 거래에 자주 쓰이는 통화도 있지만, 이들은 교환성 통화로 불릴 뿐 달러만큼 중심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기축통화국은 수입 대금과 외국 빚을 자기 돈으로 치를 수 있어 외환이 모자라 겪는 위기에서 훨씬 자유롭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원자재를 100만 달러어치 들여온다고 합시다. 원화를 베트남 동으로 직접 바꾸는 시장은 작아서, 기업은 1달러 1,400원에 14억 원을 달러로 바꿔 보내고 베트남 기업은 받은 달러를 다시 동으로 바꿉니다. 두 나라 모두 미국과 거래하지 않았는데도 달러가 가운데에서 다리 역할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