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기

great moderation

2002년 4월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례 세미나에서 미국 하버드대 스톡(J. Stock) 교수와 프린스턴대 왓슨(M. Watson) 교수가 주요국의 경기순환이 달라졌음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2007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약 20년간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에서 산출량, 인플레이션 등 거시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감소하면서 경제가 안정을 누린 기간을 지칭한다.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2004년 미국 연준의 버냉키(Ben S. Bernanke) 의장은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경제제도, 기술, 사업관행, 경제의 구조적인 특징 변화가 경제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향상시켰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하는 등 통화정책의 성과로 경제적 안정이 증대되었으며 경제에 타격을 주는 충격이 적었던 행운도 따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대안정기가 허상 혹은 착시였으며 금융시장에 대한 과신과 과잉 레버리지로 위기를 초래하였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쉽게 이해하기

대안정기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1980년대 중반부터 2007~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스무 해 남짓 이례적으로 잔잔했던 시기, 곧 생산과 물가의 오르내림이 눈에 띄게 작아졌던 때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영어 great moderation은 '큰 누그러짐'이라는 뜻입니다.

줄어든 것은 성장 자체가 아니라 흔들림의 폭입니다. 1970년대에는 석유파동과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깊은 불황이 잦았지만, 이 시기에는 불황이 드물고 얕았으며 물가도 낮게 안정되었습니다. 스톡과 왓슨은 경기의 오르내림 폭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줄었다는 점을 통계로 보이며 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1990년대 거품 붕괴 뒤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은 이 흐름에서 빠집니다.

왜 잠잠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세 갈래 설명이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가 튼튼해졌다는 것으로, 정보기술로 재고를 정교하게 관리하고 금융이 발달해 가계와 기업이 충격을 흡수하기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중앙은행이 1980년대 초부터 물가를 단단히 잡아 사람들이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리라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큰 충격이 마침 적었던 운이라는 것입니다. 운 때문이라면 언제든 끝날 수 있으므로 어느 쪽이 맞는지가 중요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평온함을 깨뜨렸습니다. 이후에는 오래 안정이 이어지자 사람들이 위험을 작게 보고 빚을 늘린 탓에, 평온함 자체가 다음 위기의 씨앗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안정기를 경제가 정말 달라진 결과로 볼지, 겉으로만 잔잔했던 시기로 볼지는 지금도 논쟁거리입니다.

예를 들면

가상의 나라 A의 연간 성장률이 1970년대에는 해마다 -1%에서 6% 사이를 오갔는데, 대안정기에는 2%에서 4% 사이에서만 움직였다고 합시다. 평균 성장률은 두 시기 모두 3% 안팎으로 비슷해도, 위아래 폭은 7%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줄었습니다. 이 잔잔함이 계속되리라 믿고 기업과 가계가 빚을 두 배로 늘렸다면, 다시 -3% 같은 충격이 왔을 때 피해는 1970년대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사례이며, 실제 사안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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