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Credit Crunch
금융기관 등에서 돈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신용경색은 금융시장에 공급된 자금의 절대량이 적거나 자금의 통로가 막혀 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무역업체들도 수출입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신용경색이 나타나는 과정은 보통 다음과 같다.
먼저 일부 은행의 도산이나 부실화로 인해 금융시스템 내의 대출 가능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이들 은행과 거래하던 기업들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기업 도산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건전한 은행들도 높아진 기업의 신용위험과 유동성 위험 등에 대비하여 대출 규모를 축소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이 부족해져 자금공급이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신용경색은 주식, 채권 등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경우 실물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준다. 부문별로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가계와 같이 직접금융시장을 이용하기 어려운 부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도 1998년 외환위기 시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도산한 경험이 있다.
쉽게 이해하기
신용경색은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몸을 사리면서 기업과 가계로 가야 할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상태입니다. 혈관이 막히면 온몸에 피가 모자라듯, 대출이 막히면 장사가 잘되는 기업도 월급과 거래 대금을 치를 돈을 구하지 못합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아예 적어서 생기기도 하지만, 돈이 있는데도 흐르지 않을 때가 더 까다롭습니다. 은행이 빌려준 돈을 떼일까 두려워 자금을 쥐고만 있으면,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그 돈이 은행 금고에 머물 뿐 기업까지 내려가지 않습니다.
무서운 점은 스스로 커진다는 것입니다. 몇몇 은행이 부실해져 대출을 거두면 그 은행에 기대던 기업이 흔들리고, 그러면 탈이 없던 은행들도 다음에 누가 쓰러질지 모른다며 대출을 조이고 현금을 쌓아 둡니다. 이 조심이 다시 기업을 무너뜨려 돈줄이 더 마릅니다. 은행 하나하나에게는 합리적인 판단이 모두 합쳐져 경제 전체를 옥죄는 셈입니다.
피해는 고르게 오지 않습니다. 큰 기업은 은행 대신 주식이나 회사채를 팔아 투자자에게서 직접 돈을 구할 길이 있지만,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과 가계는 은행 말고 기댈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주식·채권시장이 얕은 나라일수록, 작은 기업과 가계일수록 충격이 큽니다. 수출입 기업은 대금 결제에 쓰는 무역금융이 끊겨 주문이 있어도 거래를 못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A기업은 매출이 꾸준하지만 직원 월급과 납품 대금 10억 원을 은행 단기대출로 메우고 3개월마다 만기를 연장해 왔습니다. 거래 은행이 다른 대출에서 손실을 입어 연장을 거절하고, 다른 은행도 요즘 같은 때는 위험하다며 한도를 절반인 5억 원으로 줄입니다. A기업은 장부상 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5억 원이 모자라 납품 대금을 치르지 못하고, 그 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까지 잇달아 자금난에 빠집니다.